영국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공연 문화가 있습니다. 바로 '판토(Panto)'라고 불리는 판토마임입니다. 많은 이들이 이를 영국의 고유한 크리스마스 전통으로 여기지만,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훨씬 더 오래되고 복잡한 역사적 배경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판토(Panto)는 '판토마임(Pantomime)'의 줄임말입니다. 이 단어는 '모든 역할을 연기하는 배우'를 뜻하는 라틴어 'pantomimeus'에서 유래했습니다. 판토마임의 기원은 고대 로마의 '사투르날리아(Saturnalia)' 축제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12월에 열렸던 이 축제는 성별을 바꿔 옷을 입거나 역할을 맞바꾸며 즐기는 등, 오늘날 판토마임에서 볼 수 있는 유희적이고 파격적인 요소들의 원형이 되었습니다.
판토마임이 영국에 정착하게 된 것은 16세기 유럽을 누비던 이탈리아 배우들이 가져온 '코메디아 델라르테(Commedia dell'arte)' 덕분입니다. 이는 가면을 쓴 배우들이 교활한 하인, 어리석은 노인, 젊은 연인, 허풍쟁이 군인과 같은 전형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는 즉흥극이었습니다. 이들은 재치 있는 유머, 신체 코미디, 곡예, 음악을 결합해 관객을 즐겁게 했습니다. 특히 '할리퀸(Harlequin)', '콜럼바인(Columbine)', '판토마임(Pantoine)' 같은 캐릭터들은 영국 엔터테인먼트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진지한 연극 뒤에 이어지던 코믹한 장면인 '할리퀸레이드(Harlequinade)'가 점차 현대의 판토마임으로 진화하게 되었습니다.
18세기 영국에서 판토마임은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초기 사례가 바로 '딕 위팅턴과 그의 고양이(Dick Whittington and his cat)'입니다. 가난한 소년이 고양이의 도움으로 부자가 된다는 이 이야기는 18세기에 판토마임으로 각색되어 큰 성공을 거두었고, 특히 '박싱 데이(Boxing Day)'에 공연되는 필수 레퍼토리가 되었습니다. 이후 판토마임은 '험프티 덤프티(Humpty Dumpty)', '신데렐라(Cinderella)', '백설공주(Snow White)' 등 전래 동요나 동화, 고전 소설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며 대중의 수요를 충족시켜 왔습니다.
오늘날 영국에서 판토마임은 매년 수백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는 가장 인기 있는 연극 형태 중 하나입니다. 현대 판토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관객 참여(audience participation)'입니다. 관객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악당에게 야유를 보내고, 영웅을 응원하며 공연의 일부가 됩니다.
주요 캐릭터 설정 또한 판토마임만의 독특한 전통을 따릅니다. 예를 들어, '판토 데임(Panto dame)'은 항상 남성이 연기하며, 극의 영웅인 '왕자(Prince)'는 항상 여성이 연기합니다. 또한 악당이 등장할 때 관객들이 "그가 네 뒤에 있어!(He's behind you!)"라고 외치며 영웅에게 다가올 위험을 경고하는 것 역시 판토마임에서만 볼 수 있는 즐거운 전통입니다.
결론적으로, 판토마임은 고대 로마의 축제 정신과 유럽의 즉흥극 전통이 영국 특유의 대중문화와 결합하여 탄생한 결과물입니다. 단순한 공연을 넘어, 관객과 배우가 함께 호흡하며 크리스마스 시즌의 기쁨을 나누는 영국의 소중한 문화적 유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