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4,000미터에 위치한 라스조크 산(Lasjok Mountain)의 비좁은 굴속에서, 이제 막 세상 밖으로 첫발을 내딛는 작은 생명체가 있습니다. 이 어린 마멋에게는 앞으로 12주라는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의 몸무게를 세 배로 늘려야 하는 거대한 과제가 주어져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성장을 넘어, 다가올 가혹한 겨울을 대비하기 위한 필수적인 생존 전략입니다.
마멋은 겨울이 오면 장장 8개월 동안 동면(hibernate)에 들어갑니다. 이 긴 시간 동안 에너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몸속에 엄청난 양의 '지방 비축물(fat reserves)'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마멋은 끊임없이 풀을 뜯어 먹어야 하지만, 그들의 앞길은 순탄치 않습니다.
라스조크 산에는 주인공 마멋뿐만 아니라 50마리의 다른 마멋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들 모두가 똑같은 생존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풍부한 먹이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치열합니다. 세상 밖으로 나온 첫날부터 마멋은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영역 주장(stake his claim)'을 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마멋들은 '의식적인 자세(ritual pose)'를 취하며 기싸움을 벌이고, 때로는 규칙이 무시되는 격렬한 다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풀밭의 한 구역을 확보하는 것(securing a patch of grass)'은 이들의 생존을 위한 첫 번째 관문이자 가장 중요한 일과입니다.
먹이를 먹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명을 지키는 것입니다. 이곳 고지대에서 마멋은 생태계의 다양한 포식자들에게 '모두의 메뉴(on everyone's menu)'가 되는 위험한 위치에 처해 있습니다. 티베트 여우(Tibetan fox), 히말라야 불곰(Himalayan brown bear), 그리고 황금독수리(golden eagles)는 언제든 마멋을 노리고 있습니다. 마멋에게는 '자신이 먹힐 수도 있다는 사실(you might get eaten yourself)'을 인지하면서 동시에 배를 채워야 하는 극도의 긴장감이 상존합니다.
결국 라스조크 산의 어린 마멋이 마주한 12주는 단순히 먹고 자라는 시간이 아닙니다. 경쟁자들과의 영역 다툼에서 승리하고, 포식자들의 위협 속에서도 꿋꿋하게 영양분을 섭취하여 자신의 몸을 키워내는 고통스러운 생존의 과정입니다. 이 작은 동물이 겨울잠을 준비하며 보낼 12주는, 자연이 부여한 냉혹한 생존 법칙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