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6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 다테 이모와 함께 산을 오르는 다섯 살 아이 하이디의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하이디는 이모의 재촉에 따라 발걸음을 옮기지만, 그 차림새는 계절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무겁습니다. “세 겹의 드레스(three dresses)”와 “두꺼운 양모 숄(thick wool shawl)”을 겹쳐 입은 하이디는 덥고 힘든 기색이 역력합니다. 다테 이모는 하이디에게 “용감하게 더 걷고 큰 보폭으로 걸으라(walk bravely on a little longer and take good long steps)”며 격려하지만, 이는 아이를 배려하기보다는 자신의 목적지를 향해 빨리 나아가려는 조급함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도르플리(Dorfli)를 떠나 산 중턱의 작은 마을에 이르기까지, 이 짧은 여정은 하이디에게는 마치 몇 시간이 흐른 듯한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산길에서 만난 한 부인과의 대화는 이 여정의 본질적인 목적을 드러냅니다. 다테 이모가 하이디를 “할아버지와 살게 하기 위해(take her to live with her grandfather)” 데려가는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부인은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그녀는 다테 이모에게 “제정신이냐(You must be crazy)”고 반문하며, 할아버지가 아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하지만 다테 이모의 반응은 매우 냉소적입니다. 그녀는 하이디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자신이 “한 살 때부터 아이를 돌봐왔다(taken care of her since her mother died when the poor babe was only one)”는 사실을 강조하며, 이제 자신에게 “좋은 직장과 거주지(nice place to live and work)”라는 기회가 찾아왔으니 “할아버지가 자신의 의무를 다할 때(grandfather does his duty)”가 되었다고 주장합니다.
다테 이모는 자신의 행동을 ‘의무’를 다한 뒤의 당연한 수순으로 합리화합니다. “나는 하이디에 대한 내 의무를 다했다(I have done my duty with Heidi)”는 그녀의 말은 아이를 하나의 짐으로 여기는 태도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결국 하이디는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은둔자처럼 살아가는 할아버지의 집으로 내쳐질 위기에 처합니다. 마을의 11살 소년 피터(Peter)가 염소를 돌보는 평화로운 일상 속에서, 다테 이모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웃을 애써 외면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모자를 매만지며 “여행을 계속해야 한다(get on with her trip)”고 다짐하는데, 이는 하이디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보다는 자신의 새로운 삶을 위한 서두름을 상징합니다.
이 챕터는 성인들의 이기심과 그 속에서 희생되는 아동의 모습을 극명하게 대조합니다. 다테 이모에게 하이디는 이제 더 이상 돌봐야 할 ‘아이’가 아니라,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책임의 대상’일 뿐입니다. 산 정상의 할아버지 집으로 향하는 하이디의 앞날은 불투명하며, 독자들은 과연 하이디가 그 거친 환경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에 대한 안타까움과 궁금증을 동시에 느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