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 디즈니 컴퍼니(The Walt Disney Company)가 창립 100주년을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디즈니를 둘러싼 분위기는 결코 축제와는 거리가 멀다. 과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브랜드(world's most powerful brand)'로 칭송받던 디즈니의 위상이 최근 급격히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만 해도 미국 내 가장 눈에 띄는 기업 순위에서 4위를 차지했던 디즈니는, 2023년 5월 Axios Harris 조사에서는 77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도대체 무엇이 디즈니를 이토록 인기 없는 기업으로 만들고 있는 것일까?
물론 미키 마우스(Mickey Mouse)라는 아이콘이 여전히 건재하고, 영화, 테마파크, 스트리밍 서비스가 서구권 사람들의 삶에서 '필수적인 부분(integral part)'으로 남아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2023년은 디즈니에게 결코 '순탄한 항해(smooth sailing)'가 아니었다. 스트리밍 플랫폼인 디즈니 플러스(Disney Plus)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냈고, 약 7,000명의 직원을 해고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했다. 최근 개봉한 영화들마저 흥행에 참패하면서, 현재 디즈니라는 거대한 배를 지탱하는 것은 오직 테마파크와 픽사(Pixar), 스타워즈(Star Wars), 마블(Marvel)과 같은 '고전적인 프랜차이즈(classic franchises)'뿐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디즈니가 인기를 잃은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 사회의 정치적 갈등 속에서 '진퇴양난(caught between a rock and a hard place)'에 빠졌기 때문이다. 우파 진영은 디즈니가 너무 '워크(woke)'하다고 비판하는 반면, 좌파 진영은 디즈니의 노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여기서 '워크(woke)'라는 용어는 본래 인종차별이나 성차별 등 사회적 불의에 맞서 높은 관심을 가진 이들을 지칭했으나, 최근에는 극좌를 비하하는 용어로 변질되었다. 보수 우파의 비판은 디즈니가 최근 영화에 흑인 및 LGBTQ+ 영웅들을 더 많이 포함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되었다. '블랙 팬서(Black Panther)', '인어공주(The Little Mermaid)', '이터널스(The Eternals)', '스트레인지 월드(Avalonia)' 등 디즈니의 이러한 변화는 소수자들을 위한 '대표성 강화(enhance the representation of minorities)'라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갈등 사례는 2023년 초 개봉한 '인어공주'였다.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Halle Bailey)를 주인공 에리얼 역으로 캐스팅한 결정은, 1989년 애니메이션 원작 속 '백인 피부와 붉은 머리(white skin and red hair)'를 고집하던 이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샀다. 이는 단순한 취향의 문제를 넘어, 다양성을 추구하려는 콘텐츠 기업의 행보가 대중의 이데올로기적 반감과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결론적으로 디즈니의 인기 하락은 단순한 경영 실책 때문이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적 가치관을 콘텐츠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회적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힘은 여전히 강력하지만, 그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가 대중의 정치적 지형과 충돌하면서 디즈니는 창립 100주년에 그 어느 때보다 큰 시험대에 서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