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인구의 최소 절반 이상이 두 가지 이상의 언어를 구사하는 다중언어 사용자(bilingual)입니다. 이들 사이에서는 흥미로운 현상이 보고되곤 하는데, 바로 언어를 바꿀 때마다 마치 '새로운 성격'이 나타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과연 언어는 우리의 자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요?
니콜라 프렌티스(Nicola Prentice)가 2017년 'Quartz'에 기고한 글에는 러시아계 미국인 이민자 마가리타의 사례가 등장합니다. 마가리타는 모국어인 러시아어를 사용할 때와 영어로 대화할 때 스스로 느끼는 감각이 다르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영어를 사용할 때 스스로를 더 "curious(호기심 많고)", "outgoing(외향적이며)", "free(자유로운)" 존재로 묘사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닙니다. 2008년 'Journal of Consumer Research'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스페인어와 영어를 모두 구사하는 히스패닉 여성들을 관찰한 결과, 스페인어를 사용할 때 더 "extroverted(외향적)"하고 "confident(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과학자들은 이를 '프레임 시프팅(frame-shifting)' 혹은 'perspective change(관점의 변화)'라고 부르며, 이는 해당 언어와 관련된 'culture(문화)'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합니다.
마가리타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언어는 우리가 그 언어를 습득하거나 사용하게 된 배경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녀에게 영어는 'freedom(자유)'이라는 가치와 연결되어 있었고, 이것이 그녀의 성격 표출에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스톡홀름 대학교 다중언어 연구 센터의 네이선 조엘 영(Nathan Joel Young) 교수는 이 현상의 핵심이 "how you think about the place where that language is from(해당 언어가 유래한 장소나 그 언어를 경험하는 장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있다고 지적합니다. 즉, 집, 직장, 혹은 미디어(TV) 등 우리가 그 언어를 주로 사용하는 환경이 우리 성격의 특정 측면을 활성화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정말로 성격이 완전히 바뀌는 것일까요? 다중언어의 사회적 측면 전문가인 클라라 스코그미르 매리언(Clara Skogmir Marion)은 이를 'complete personality shift(완전한 성격 변화)'로 보기보다는 'adaptive phenomenon(적응적 현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이는 마치 새로운 나라로 이주했을 때 환경에 맞춰 행동 양식이 변하는 것과 유사한 맥락입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특정 언어를 사용할 때 외향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은 그 언어에 대해 얼마나 "at ease(편안함)"를 느끼는지, 그리고 그 언어가 우리 삶의 어떤 맥락(가정, 직장 등)과 연결되어 있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언어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를 넘어,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고 스스로를 표현하는 '심리적 프레임'을 재구성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