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결혼은 '첫사랑과 만나 행복하게 가정을 꾸리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지배해 왔습니다. 그러나 Z세대를 비롯한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이러한 전통적 가치관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친구와 장기적으로 동거하거나, 로맨틱한 관계 없이 공동 육아(co-parenting)를 선택하는 등 새로운 가족 형태가 등장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라벤더 결혼(Lavender Marriage)'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라벤더 결혼은 사랑 이외의 목적으로 맺어지는 두 사람의 결합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이는 이성애자와 퀴어(queer) 당사자 간의 파트너십으로 나타나며, 이들은 '헤테로노르마티브(heteronormative, 이성애 규범적)' 사회 구조 안에서 보다 안전하게 세상을 항해하기 위해 이러한 계약을 맺습니다. 이 구조를 통해 당사자들은 '로맨틱한 얽힘(romantic entanglements)' 없이도 전통적 결혼이 제공하는 사회적, 경제적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최근 이러한 개념은 틱톡(TikTok)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다시금 확산되고 있습니다. 뮤지션 로비 스콧(Robbie Scott)은 자신의 영상에서 “주택 담보 대출, 공과금, 세금을 감당하기 위해” 결혼을 제안하는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라벤더 결혼의 실용적 측면을 대중화했습니다.
라벤더 결혼은 결코 새로운 현상이 아닙니다. 이 용어는 1920년대 할리우드에서 성적 지향을 숨기기 위해 배우들이 위장 결혼을 했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라벤더(lavender)'라는 단어는 역사적으로 동성애와 연관되어 사용되었습니다. 록 허드슨(Rock Hudson)과 필리스 게이츠(Phyllis Gates), 혹은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와 메리 오스틴(Mary Austin)의 사례처럼, 과거의 라벤더 결혼은 '사회의 기대(societal expectations)'에 부응하고 체면을 유지하기 위한 '실용적인 배치(practical arrangements)'였습니다.
법적인 관점에서 볼 때 라벤더 결혼은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심리적인 위험 요소는 존재합니다. 미국 심리학자 크리스틴 데브루(Christine Devereaux)는 이러한 플라토닉한 결혼 관계일지라도 '경계와 감정에 대한 열린 소통(open communication about boundaries and feelings)'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합니다. 예기치 않게 로맨틱한 감정이 싹틀 경우 관계가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의 동화가 진화하듯, 사랑과 가족에 대한 우리의 관념도 변하고 있습니다. 이제 다음 세대는 '소울메이트와 결혼하는 것'을 꿈꾸는 대신, 가장 친한 친구와 함께 삶을 설계하고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을지도 모릅니다. 라벤더 결혼은 단순히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나가기 위해 선택하는 하나의 유연한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