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 사회는 에이즈(AIDS)가 인구 감소를 위해 조작되었다는 주장부터 지구 평면설, 마이클 잭슨 생존설에 이르기까지 온갖 음모론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단순히 웃어넘기기엔 이러한 이론들이 민주주의와 사회적 결속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너무나 큽니다. 심리학자 실뱅 들뢰즈(Sylvain Deluve)와 심리치료사 헬렌 로마노(Helen Romano)의 조언을 바탕으로, 음모론을 신봉하는 이들과 어떻게 현명하게 소통할 수 있을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음모론자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세상에 존재하는 '우연'을 배제(erase coincidence)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죽음을 단순히 비극적인 사고로 받아들이기보다, 왕실의 명령이라는 거대한 배후를 찾으려 합니다. 대화할 때 당신은 그들에게 모든 사건이 반드시 거대한 계획의 일부는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켜야 합니다. 때로는 “비극은 그저 비극일 뿐(a tragedy is just a tragedy)”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비꼬는(sarcasm) 태도는 방어기제만 높일 뿐입니다. 대신, 친절하게 그들의 논리적 근거를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세요. 당신 스스로도 자신의 가정을 의심할 수 있다는 태도(willing to question your own assumptions)를 보이면, 상대방 또한 자신의 논리적 허점을 스스로 발견할 기회를 갖게 됩니다. 목표는 그들을 곤경에 빠뜨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모순(inconsistencies)’을 깨닫게 하는 것입니다.
과학적 근거가 아무리 명확해도 상대방이 꿈쩍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논쟁에서 승리하려 애쓰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입니다. 들뢰즈는 음모론의 심리적 매력에 주목합니다. 남들은 모르는 '진실'을 혼자만 알고 있다는 느낌은 그들에게 유대감과 특별함(unique)을 부여하며, 주류 사회와 차별화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줍니다. 따라서 그들의 논리를 반박하기보다는, 그들이 왜 그러한 믿음을 갖게 되었는지 그 배경과 감정에 공감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모든 대화가 생산적일 수는 없습니다. 대화가 당신을 감정적으로 지치게(drains you emotionally) 만든다면, 헬렌 로마노의 조언처럼 정중하게 대화를 미루는 것이 좋습니다. 무리한 논쟁은 오히려 상대방의 믿음을 더욱 견고하게(entrenched) 만들 뿐입니다.
만약 상대방이 당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관계를 완전히 끊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단절은 그들을 더 깊은 '메아리 방(echo chambers)' 속으로 밀어 넣어 고립시키고, 결과적으로 그들의 신념을 더욱 강화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벼운 관계라도 유지하는 것이 그들을 현실 세계와 연결해 주는 보호막(protective factor)이 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음모론자와의 대화는 승패를 가르는 게임이 아닙니다. 비판적인 태도를 유지하되 인간적인 연결 고리를 지키는 것, 그것이 우리가 음모론의 시대에 서로를 잃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