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 산업은 급격한 기술적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놓여 있습니다. 특히 2025년 9월, 네덜란드의 제작사 세쿼이아(Sequoia)가 취리히 영화제에서 공개한 '틸리 노우드(Tilly Norwood)'는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그녀는 AI로 완전히 생성된 세계 최초의 '비인간 배우(non-human actress)'입니다. 가디언(The Guardian) 지는 그녀를 두고 '갤 가돗, 아나 데 아르마스, 그리고 하이스쿨 뮤지컬 시절의 기묘한 융합(uncanny fusion)'이라고 묘사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영화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거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AI가 영화 제작에 미치는 잠재적 위험은 이미 2023년 미국 영화 산업에서 예견되었습니다. 당시 배우 및 작가 조합은 AI가 '대본 생성(generate scripts)', '목소리 복제(clone voices)', 그리고 '딥페이크를 통한 배우의 외형 복제(replicate actors' likenesses)'에 사용되는 것에 반대하며 대규모 파업을 단행했습니다. 가장 논란이 되는 지점은 '고인이 된 배우를 부활(resurrect deceased actors)'시키는 윤리적 문제입니다. 실제로 사랑하는 가족을 '데드 봇(dead bots)'으로 되살리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으며, 로빈 윌리엄스의 딸은 AI로 생성된 아버지의 이미지를 보내는 것을 멈춰달라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틸리 노우드의 등장은 현직 배우들에게 깊은 불안감을 안겨주었습니다. 배우 멜리사 바레라(Melissa Barrera)와 마라 윌슨(Mara Wilson)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강력한 비판을 제기했습니다. 특히 마라 윌슨은 틸리 노우드를 구성하기 위해 사용된 '수백 명의 살아있는 젊은 여성들의 얼굴(hundreds of living young women whose faces were composited together)'을 언급하며, 왜 실제 배우들을 고용하지 않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습니다. 에밀리 블런트(Emily Blunt) 역시 버라이어티(Variety) 팟캐스트에서 이 현상을 두고 "우린 망했다(We're screwed)"며 "정말, 정말 무섭다(really, really scary)"는 감정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AI의 영향력은 단지 배우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현재 AI는 '대본 작성(write scripts)'부터 '음향 설계(soundscapes)', '세트 디자인(set designs)', 심지어 '캐릭터의 나이를 조절하는(de-aging characters)' 작업까지 영화 제작의 모든 단계에 개입하고 있습니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영화 <히어(Here)>에서 톰 행크스와 로빈 라이트에게 적용된 디에이징 기술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또한 '번역가, 성우, 음향 엔지니어(translators, voice actors and sound engineers)'와 같은 더빙 전문가들 역시 일자리 압박을 강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결국 핵심적인 질문은 관객들이 '인간적인 손길(human touch)'을 서서히 잃어가는 영화 제작 방식을 계속해서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AI는 '번개 같은 속도(lightning speed)'로 발전하며 영화계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기술이 예술의 영역을 빠르게 대체해 나가는 지금, 우리는 영화가 가진 인간적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