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에서 가장 기이하면서도 강력한 개념으로 꼽히는 '가학증(sadism)'과 '피학증(masochism)'은 단순히 성적인 영역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이들은 사무실, 학교, 그리고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작동하는 인간의 근본적인 행동 양식입니다. 타인에게 고통을 가하거나(sadism), 스스로 고통을 감내하며 만족을 느끼는(masochism) 이러한 현상은 도대체 왜 발생하는 것일까요?
이 현상을 이해하는 가장 핵심적인 열쇠는 이들이 과거에 겪었던 '견딜 수 없는 두려움, 잔인함, 불친절함'에 대한 반응이라는 점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가학증이나 피학증 성향을 갖기 이전에, 이들은 모두 먼저 '희생자(victim)'였습니다. 그들의 행동은 고통과 마주했던 끔찍한 기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마음의 필사적인 시도입니다. 즉, 그들은 과거 자신을 '전멸(annihilate)'시킬 것 같았던 그 두려움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이러한 심리적 방어 기제를 선택한 것입니다.
가학증 환자는 매우 직관적이고 직접적인 방식을 택합니다. 과거에 잔인함을 경험한 그들은, 그 그림자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이 '다른 사람에게 잔인하게 구는 것'이라고 결론 내립니다. 이른바 '독(poison)'을 외부로 표출하는 것입니다. 이들은 세상에 오직 '희생자' 아니면 '가해자'라는 두 가지 역할밖에 없다고 믿습니다. 과거의 '겁에 질린 아이(terrified child)'는 결국 '공포를 주는 어른(terrifying adult)'으로 변모하여, 다시는 희생자가 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타인을 공격합니다.
피학증 환자 또한 가학증 환자와 마찬가지로 잔인함의 피해자였으며, '무력함(defencelessness)'으로부터 도망치려 한다는 점은 같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적응 방식은 훨씬 우회적입니다. 그들은 타인을 박해할 힘이나 의지가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여전히 고통의 기억을 완화할 심리적 출구가 필요합니다. 여기서 그들은 '기발한 생각(ingenious idea)'을 떠올립니다. 바로 고통을 강요당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과거의 무력감을 극복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자신에게 다정함과 배려를 거부할 비열한 파트너를 찾아 나섭니다. 타인이 자신을 실패자라고 낙인찍기 전에, 스스로 자신의 기회를 망쳐버리는 방식을 택합니다. 이는 고통을 수동적으로 견디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인 선택으로 변모시킴으로써 심리적 통제권을 되찾으려는 왜곡된 시도입니다.
우리가 이러한 파괴적인 행동 패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의 행동 이면에 숨겨진 '고통(pain)'을 직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가 회피해왔던 가장 중요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애도(mourn)'입니다.
우리는 과거에 겪어야 했던 일들을 진심으로 슬퍼해야 합니다. 고통을 단순히 타인에게 전가하거나(가학증), 스스로에게 부과하는(피학증) 대신, 마땅히 흘려야 할 눈물을 흘려야 합니다. 고통을 '슬픔(sorrow)'으로 교환하는 과정만이 우리를 과거의 사슬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습니다. 더 이상 타인이나 자기 자신에게 고통을 강요하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치유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