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명체의 역사를 되돌아볼 때 가장 당혹스러운 지점 중 하나는 바로 'DNA가 지난 25억 년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지구 생명체 역사의 압도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이 긴 시간 동안 생명체는 눈에 띄는 진화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왜 그토록 긴 시간 동안 진화가 정체되어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워드(Ward)와 브라운리(Brownlee)의 저서 『희귀한 지구(Rare Earth)』는 지구 생명체 진화 과정에 존재하는 기이하고 독특한 사건들을 조명합니다. 우리가 스스로를 '보편적 설명자(universal explainers)'라고 부르며 고도의 지능을 갖추기까지의 과정은 필연적이라기보다는 매우 '운 좋게(fortuitously)' 일어난 사건에 가깝습니다. 단세포 박테리아에서 다세포 생물로의 진화는 실험실 환경에서 재현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드문 일이었으며, 이후 식물과 동물로 분화되는 과정 역시 우리가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우연한 이유(chance reasons)'들로 인해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진화의 단계들은 결코 당연한 결과가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우주에서 유일한 존재가 아닐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보편적 설명자'가 되는 과정 자체가 극도로 희귀하다면, 우주의 광활한 '성간 거리(interstellar distances)'를 고려할 때 다른 문명과 조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특히 페르미(Fermi)가 가졌던 '성간 외계인이 광속을 돌파할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는 가정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합니다. 현대 과학에서 우리는 '광속을 돌파하는 방법(get past the speed of light)'에 대해 어떠한 가설도 세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물리적 법칙의 한계와 진화의 희귀성을 고려하면, 우주 문명 간의 거리는 극복하기 어려운 장벽이 됩니다.
우주는 거대하지만, 행성과 별들을 제외하면 '거의 완전히 비어 있는(almost entirely empty)' 공간입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인간과 같은 '보편적 설명자'가 우주 전역에서 매우 희귀한 존재라는 결론은 통계적으로 충분히 타당합니다. 우리는 우주적 시간 척도에서 볼 때 아직 매우 초기 단계에 있으며, 서로를 발견하기에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외계 문명과 실제로 조우하게 된다면, 그것은 분명히 인지 가능한 사건일 것입니다. 문명의 기술적 발달 과정을 살펴보면, 성간 여행을 수행하기 훨씬 이전에 '라디오(radio waves)' 기술을 먼저 발명하고 방송을 시작하게 됩니다. 따라서 외계 우주선이 지구에 도착하기 훨씬 전부터 그들의 전파 신호가 먼저 도달했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아직 외계 문명을 만나지 못한 것은 그들이 존재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진화의 희귀성과 광활한 우주의 거리, 그리고 문명 발달의 시간적 격차로 인해 서로가 너무나 멀리 격리되어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