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시 '나의 그림자(My shadow)'는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평생을 함께하는 '그림자'라는 존재에 대한 호기심 어린 시선을 담고 있습니다. 화자는 자신의 그림자를 가리켜 "I have a little shadow that goes in and out with me"라고 묘사하며, 이 존재가 자신의 일상에 얼마나 밀착해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여기서 'in and out'이라는 표현은 단순히 물리적인 동행을 넘어, 삶의 모든 순간을 함께하는 그림자의 속성을 잘 드러냅니다.
화자는 그림자의 존재 이유에 대해 깊은 의구심을 표합니다. 그는 "what can be the use of him is more than I can see"라고 고백하며, 그림자가 가진 실질적인 효용성을 찾지 못해 혼란스러워합니다. 이는 인간이 자신의 내면이나 자아의 일면을 마주할 때 느끼는 낯설음과 닮아 있습니다. 그림자는 우리를 따라다니지만, 정작 그것이 왜 존재하는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명확히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철학적 사유의 지점을 제공합니다.
시의 중반부에서 화자는 그림자와 자신 사이의 놀라운 유사성을 발견합니다. "He is very, very like me from the heels up to the head"라는 구절은 그림자가 발뒤꿈치부터 머리끝까지 자신과 완벽하게 닮아 있음을 강조합니다. 이는 그림자가 단순히 빛에 의한 현상이 아니라, 자아를 비추는 거울과 같은 존재임을 암시합니다.
특히 "I see him jump before me when I jump into my bed"라는 대목은 그림자의 기민함과 화자와의 동기화된 움직임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화자가 침대로 뛰어들 때 그림자가 먼저 반응하는 모습은, 우리의 무의식이나 본능이 때로는 의식보다 앞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게 합니다.
결국 이 시는 그림자라는 존재를 통해 인간의 자아를 성찰하게 합니다. 그림자는 비록 그 '용도(use)'를 알 수 없고 때로는 당혹스럽게 느껴지지만,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우리의 일부분입니다. 화자가 그림자를 관찰하는 행위는 결국 자기 자신을 관찰하는 과정이며, 그림자와의 동행은 인간이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이해해 나가는 여정을 상징합니다. 스티븐슨은 이 짧은 시를 통해 우리 곁에 항상 머물고 있는 가장 가까운 타인이자 또 다른 나인 '그림자'의 의미를 문학적으로 아름답게 형상화하고 있습니다.